자주 볼 수 있는 경우는 아니지만 거주 중인 아파트 단지 내에 못 말리는 난봉꾼이 살고 있어 주민들이 위협을 느끼거나 피해를 입는 사례가 종종 보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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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봉꾼 본인은 잘 모르겠지만 집합건물 단지 내에 거주하는 주부들과 영유아 및 청소년들은 그들에 대한 잠재적인 불안감을 항상 가지게 되고 때로는 실제 사건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있다. 묻지마 폭력이 기승을 부리는 최근의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웃고 넘길 문제는 아닌 듯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처럼 단지 거주민의 공동생활 유지에 필요한 규약을 현저히 위반해 단지 내의 평화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난봉꾼들을 경매로 내쫓을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함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집합건물법 45조 1항에는 ‘구분 소유자가 동법 5조 1항(거주민들의 공동이익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과 2항(주거용 전유부분을 정당한 사유 없이 주거 외 용도로 사용하거나 내부 벽을 철거 및 파손해 증축 및 개축하지 못한다)을 위반하거나 규약에서 정한 의무를 현저히 어긴 결과 공동생활을 유지하기가 매우 곤란해진 경우, 그 소유자의 전유부분 및 대지사용권 경매 명령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말이 길어 어려워 보이지만 쉽게 요약하면 단지 거주민들의 평화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난봉꾼의 집에 대해서는 단지 관리인 또는 관리단집회의 결의에 의해 지정된 다른 구분 소유자가 경매 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법이 있다 해도 실제 재판에서 이런 사건이 다뤄지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버리는 게 좋다. 실제로 이런 경우에 대한 판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판례에 등장하는 인물은 지나치게 규율을 중시한 탓에 주민들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보이는 바, 이런 케이스에 대해 법원은 과연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도 흥미롭게 봐주시면 좋을 듯 하다.
2008년 10월 초, 서울 동부지법에서는 흥미로운 재판이 열리고 있었다. 오피스텔과 상가가 복합적으로 구성된 집합건물에 거주하는 세대주 A씨에 대해 나머지 세대주들이 A씨와 같이 못 살겠다며 그 집에 대해 경매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청구한 것이다.
이 집합건물을 대표해 원고가 된 세대주들에 따르면 A씨의 `악행`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5년 간 건물 입구에 자신의 차량을 배타적으로 주차해 입주자 및 방문객들의 불편을 초래했고 관할 구청이나 경찰서, 보건소 등에 악의적이고 상습적인 민원을 청구하거나 이 사건 건물의 관리단 임원과 일부 세대주에 고소 및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원고들은 또 A씨가 위법하고 부당한 민원을 제기함으로서 이 사건 건물 옥상을 활용한 수익 창출을 방해해 건물 관리비나 수선충당금을 인상하게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으로 국내 굴지의 통신사 2곳에 해당 건물 옥상을 임차해주고 여기에 이동통신 안테나를 설치하게 해주는 대가로 매달 160만원의 사용료를 지급받을 수 있었는데 A씨의 민원 때문에 안테나를 철거하게 됐다는 것.
그러나 1심을 맡은 동부지법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부지법 재판부는 “A씨가 제기한 민원이나 형사고소 및 민사소송로 인해 A씨와 건물 관리단 임원 및 일부 세대주와 갈등과 반목이 심화됐다”며 “피고가 제기한 민원이나 형사고소 등이 전적으로 허위사실에 근거한 것이라 볼 수 없으므로 A씨의 집을 경매로 넘길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한 A씨의 주차문제나 통신사의 이동통신 안테나 철거 문제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관리단 임원 및 일부 세대주와의 고소 및 민사에 관해서도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위법사항이 존재해 시정조치가 된 점을 고려하면 허위 사실에 근거한 민원들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2심과 3심에서도 내용은 뒤집히지 않았다. 세부적인 부분이나 표현에 대해서는 약간의 수정이 있었으나 A씨의 전유 부분에 대한 경매명령 판결은 신중해야 하며 A씨의 권리행사 등 행위가 다수의 다른 세대주들 의사와 배치되거나 갈등 및 반목이 생겼다고 해서 쉽사리 이를 긍정해선 안된다는 견해를 표출했다.
오히려 마지막 재판을 맡은 대법원에서는 재판에 나선 원고들 자체가 `관리인 또는 관리단집회의 결의에 의한 지정된 구분소유자`라는 적법한 자격을 갖지 못했음에도 이를 간과한 원심법원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상의 사례를 얼핏 보면 단지 내 골칫덩어리 거주자를 경매 명령을 통해 축출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이 주민의 불편을 초래했다는 증거가 없고 문제를 일으킨 거주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로 인한 ‘갈등 및 반목’만으로는 경매 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판결한 부분을 거꾸로 뒤집어 보면 `불합리하고 정당하지 않은 권리남용`과 `입증 가능한 주민들의 피해를 유발한 거주자`에 대해서는 충분히 그 전유 부분의 경매 명령을 법원에서 받아낼 수 있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오늘의 판례는 사실 경매 입찰이나 낙찰 후의 문제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집합건물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은 요즘 누구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다름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경매`라는 점에서 상당한 흥미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